공감은 그저 타고나는 것일까? 한 때 감정의 일부분이라고만 여겨졌던 공감은 자밀 자키의 "공감은 지능이다" 라는 책에서 그저 감정이 아닌 지능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공감을 분석한다. 2019년 출간된 이 책의 원제는 "The War for Kindness: Building Empathy in a Fractured World" (친절함을 쟁취하기 위한 전쟁: 분열된 세상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다)인데, 아무래도 요즘 시대에 공감과 지능의 상관관계가 대두되면서 공감 = 지능이라는 한국어판 제목으로 선정한 것 같다. 책 제목은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만큼 독자의 관심을 끌만큼 시의적절하게 지어진 듯 하다.
몇 가지 작가가 제시하는 공감의 관점을 소개한다.
1. 공감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존재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공감이라는 친절한 행위를 통해 다른 힘 센 영장류보다 강력한 협동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한 예시로 얼굴은 부드러워지고, 얼굴 근육은 정교해져세밀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발달한 것이다. 다른 동물들도 얕은 레벨의 공감을 하긴 한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그룹에 있는 침팬지들은 배제하는 영장류와는 다르게 인간은 공감의 범위가 전 지구적이다. 이 부분에선 유발 하라리, 피터 싱어와 같은 주장과 유사한데, 신경과학적 분석으로 뒷받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2. 공감은 후천적 진화가 가능하다. 첫 째, 공감은 뇌의 지능적인 부분에서 기인한다고 가정 했을 때, 지능은 유전적 원인 뿐 아니라 영양, 교육 , 습관, 개인의 선택에 의해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가난한 아이들이 부유한 집에 입양되면 아이큐가 10점 이상 높아지거나, 학교교육을 받을수록 매년 아이큐가 영구적으로 1점씩 증가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3. 인간은 선택적으로 공감을 한다. 많은 사람들은 공감은 감정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키 교수는 공감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행위를 '심리적 조율'이라고 일컬어 자신의 감정을 재고하는 식으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감정을 인위적으로 더 끌어올리거나 가라앉히거나, 혹은 더 유용한 특정 감정을 키울 수 있다. 다시 말해, 그의 말을 빌려 "인식하든 못하든, 당신은 슬픔이나 기쁨, 불안의 대가와 이점을 끊임없이 저울질하고, 당신의 목적에 도움이 되는 감정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4. 공감은 넛지(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로 통제할 수 있다. 공감과 관련된 가장 유명한 고정관념은 바로 '여자는 남자보다 공감을 더 잘 한다'라는 명제이다. 이러한 명제를 실제로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도 있으나, 반대로 넛지를 통해 남성의 공감능력도 여성만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한 흥미로운 실험에서 남녀 참가자들에게 영상에서 화자가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맞혀보도록 했다. 우리의 예상대로 남성 참가자들은 여성 참가자들보다 감정을 잘 알아 맞히지 못하였으나, 후속 연구에서 화자의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에게 돈을 지불한다고 하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공감의 성별 격차가 사라졌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공감능력'이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이러한 어휘 사용은 이미 현대인 사이에서 공감도 중요한 '능력' 평가 지표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영문으로는 공감은 Empathy로 딱히 능력이라는 말을 덧붙여 사용하지 않는다. 공감이 완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적 '능력' 이라면, 이 공감은 분명 배울 수 있고, 발전시킬 수 있다. 자키 교수는 심지어 사이코패스도 신경과학적으로 공감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공감의 습관을 쌓고 분열을 극복하며, 더욱 친절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책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이 선진국에서 탈락하는 날 (리뷰) - 노구치 유키오 (0) | 2022.09.04 |
---|---|
반도체 제국의 미래 (리뷰) - 정인성 (0) | 2022.09.03 |
문장력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0) | 2022.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