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반도체 강자들의 강점과 단점
2. 중국 반도체 굴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
3. 반도체 산업 용어 설명
4. 글을 마치며
TSMC, SMIC, 삼성전자 등 다양한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의 대결이 계속해서 뉴스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앞으로는 반도체 패권을 누가 쥐는가에 따라 국가의 존망이 결정된다고 하여, 오랜만에 기술 관련 책을 읽어보며 반도체 산업에 알아보려 한다. 반도체 투자나 요즘 반도체 기술을 둘러싼 패권 경쟁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아래 내용은 몇 가지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정리해 둔 것이다.
반도체 강자들의 강점과 단점 (299 page)
인텔 (사업종류: IDM)
- 강점: 막강한 고성능 로직 설계 능력, 세계 최고 수준의 공정 능력,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절대적 강자
- 단점: 폐쇄적 개발 관행으로 생태계 적응 능력 낮음, 인텔 종속을 두려워하는 파트너사
ARM (사업종류: 팹리스)
- 강점: 가벼운 비즈니스 모델, 생태계 내 수많은 파트너사
- 단점: 파트너사에게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 비즈니스 모델상 집중력 부족, 서버 시장 진출 더딤
엔비디아 (사업종류: 팹리스)
- 강점: 최근 떠오르는 AI 연산의 최강자, GPU 시장 1인자로 생태계 구성이 용이
- 단점: 로직(CPU) 설계가 없음
TSMC (사업종류: 파운드리)
- 강점: 위탁 제조 분야의 압도적 1인자, 공정의 높은 재사용성
- 단점: 설계가 없어 IT 기술 선도기업이 될 수 없음
구글 (사업종류: 소프트웨어)
- 강점: 소프트웨어 회사의 막강한 유연성, 자체 설계를 해볼 만한 규모의 경제
- 단점: 본격적 반도체 사업에는 부족한 규모
삼성전자 (사업종류: IDB/종합가전)
- 강점: 주요 제품 전체의 압도적 수직 계열화, 세계 최고 수준의 개별 요소 기술, 보기보다 뛰어난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
- 단점: 소프트웨어 생태계 역량 부족, 고객이자 경쟁자인 미묘한 고객 관계
중국 반도체 굴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있어서는 쉽게 한국, 미국, 대만 등 회사를 따라가기는 어렵다. 이유는 실리콘밸리 기업들 사이에서의 기술 경쟁도 이미 치열하기 때문에 중국 업체들과 선두기업들 사이에는 평행선을 달리는 것처럼 계속해서 기술 격차는 유지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한 단계 낮은 수준의 하드웨어를 사용해서 '굴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율주행 자동차라든지, 최신식 컴퓨터 기술 등에는 중국이 앞질러가는 것은 어렵고 기껏해야 값싼 선풍기, 세탁기 등 영역에서 경쟁하는 것뿐이다. 저자가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저가 기술시장에 머무르게 될 경우 정말 중요한 기술 노하우와 고객 시나리오를 얻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계와 파운드리 같은 분야에 있어서는 중국이 어느 정도 선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모바일 시장에서는 중국의 설계 기술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회사는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며, Kirin이라는 자체 AP를 가지고 있다. 다만 ARM 이 제공하는 코어 설계를 채택하고 있고, 자체 개발은 하지 않는다. 하이실리콘은 세계 팹리스 7위에 도달할 정도로 역시 중국답게 많은 양의 칩을 설계하고 있다. 다만 이것은 반도체 제조가 아닌 설계이기 때문에, 공장 투자를 염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의 팹리스들의 근본적 한계점은 이미 기존에 차지하고 있던 자국의 모바일 시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며, 중국 내수시장에 크게 의존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완제품이 아닌 경우 납품에 제한이 있다고 한다. 또한 ARM 코어 설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직 고성능 로직을 자체 설계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본다. 애초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지적재산권이 중심이기 때문에, 한국 업체들과 정면대결을 하기 어렵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다만 이미 있던 지적재산권으로 설계를 하고 중국 내수시장에 납품하여 완제품의 경쟁력 대결이라는 대리전 양상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또한 삼성전자와 TSMC 로 유명한 파운드리의 경우에도 중국의 SMIC는 더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서 경쟁하고 있다. 일단 설계도만 제공하면 되는 팹리스들에게는 높은 품질의 트랜지스터를 양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에 일감을 맡기는 방법밖에 없다. 또한 동일한 반도체 설계 코드라도 삼성전자 혹은 TSMC 파운드리로 가는가에 따라서 최종 제조된 칩은 차이가 난다. 최악의 경우 공정이 실패하면 해당 팹리스 역시 1년 비즈니스를 그대로 망칠 위험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TSMC와 같은 대형 파운드리가 선호되는 것이다. 또한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 매출 자체는 글로벌 파운드리와 비슷한 수준이나 종합 반도체 회사로서 삼성전자는 TSMC와 SMIC 두 회사와는 체급 자체가 다르다. 두 회사의 연 매출은 5조 원 수준, 삼성전자는 매해 순이익만 20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연구개발이나 장비 도입에 사용할 수 있는 현금 차이뿐 아니라 AP, 각종 마이크로컨트롤러까지 최소한의 가동률을 유지시켜줄 자체 소요 물량도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반도체 산업 용어 설명 (386 page)
- 파운드리(Foundry): 고객(팹리스)으로부터 설계도를 받아 반도체의 제조만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 (예시: TSMC)
- 팹(Fab, fabrication): 반도체 제조 공장
- 팹리스(Fabless): 반도체 제조 공장 없이 설계만을 전문으로 하는 반도체 회사
- 메모리 반도체 (Memory Semiconductor): D램, 낸드 등 CPU나 GPU 등의 하드웨어에서 생성된 데이터 저장을 목적으로 하는 반도체
- 시스템 반도체 (System Semiconductor): 연산이나 제어를 목적으로 하는 반도체 CPU나 MPU (모바일용 CPU) 등이 이에 속함
- D램 (Dynamic RAM): 1개 트랜지스터와 1개 저장장치로 구성된 형태의 메모리로, 전력을 인가해도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가 날아가므로 주기적으로 리프레쉬해줘야 함
- 마이크로아키텍처: CPU의 설계. 특정 CPU의 ISA를 고성능 혹은 저전력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구현한 모습
- 스레드: OS의 스케줄러가 관리 가능한 최소한의 명령 수행 단위. 프로세스보다 조금 더 작은 수준
- EUV (Extreme Ultra Violet): 극자외선. 광원으로서는 대기에도 흡수가 잘되고, 렌즈를 사용할 수 없어 높은 출력을 만들어 내기가 힘듦
-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반도체 칩 설계를 미리 가상 시뮬레이션 돌릴 수 있도록 돕는 칩. 트랜지스터와 트랜지스터 간의 연결 관계를 시뮬레이션함. CPU와 달리 칩 설계 코드를 빠르게 구현해볼 수 있음.
글을 마치며
380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 온갖 생소한 반도체 기술 설명이 가득찬 책이라 처음에는 이 책을 들고 과연 다 읽을 수 있을지 고민하였다. 하지만 일단 앉아서 읽기 시작하니 이제껏 잘 몰랐던 반도체, 컴퓨터 기술 역사에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완독 할 수 있었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어떻게 인텔이 반도체 시장에서 '아름다운 독재자'가 될 수 있었는지, 팹 공장에서 팹리스와 파운드리로 나뉘는 큰 흐름으로 왜 바뀌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일본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결국 질 수밖에 없었는지였다.
"반도체 제국의 미래"는 직접 반도체 부품을 연구하는 연구원으로서 반도체를 잘 알지 못하는 어느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칫 지루하거나 어려울 수 있는 기술적 역사를 매우 흥미롭게 서술하였다. 위에 짧게 요약해 놓은 내용은 책의 10분의 1도 안되는 분량이라 혹시 위의 내용이 흥미롭게 다가왔다면 꼭 책을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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